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그냥 흔한 자기계발서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니 어느 페이지에서 멈추게 되더라고요. 갈등 상황을 자꾸 피하려 했던 제 모습이 고스란히 거기 있었습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도 두려움 없이 살다 간 한 승려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와닿을 줄은 몰랐습니다.
성공을 버리고 숲으로 간 사람의 배경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스물일곱 살에 대기업 역대 최연소 임원 후보로 지목된 사람이었습니다. 해변에 집이 있고 전용 차량과 기사가 나오는 생활,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이었죠. 그런데 그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쉴 새 없이 불안했다고요.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의 삶은 완전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재산을 나눠주고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17년간 수행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그가 받은 법명이 '나티코(Nathiko)'인데, 나티코란 팔리어로 '지혜가 자라는 사람'을 뜻합니다. 단순히 멋진 이름이 아니라, 그가 수행을 통해 찾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함축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 가지 질문이 자꾸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다 가진 사람이 왜?' 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싶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느끼는 공허함이나 불안은 성공의 크기와 별로 상관이 없다는 걸 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감각에 이름을 붙여준 느낌이었습니다.
2018년 루게릭병(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ALS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멸하면서 전신의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완치 방법이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그는 매 순간에 집중하며 살았고, 2022년 1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안락사를 선택했습니다. 스웨덴 전역에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17년 수행이 남긴 핵심, '메타인지'와 감정 거리두기
17년 수행으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간결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대단한 깨달음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와 맞닿아 있습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사고 과정을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는 능력, 즉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메타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빈도도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이 있습니다. "화가 나긴 하지만, 그 화는 아무것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위로의 말처럼 들렸는데, 곱씹을수록 의미가 달랐습니다. 화라는 감정이 나 자신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내면 전체를 물들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야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개념은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갈등 순간에 적용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책에서 제안하는 마음속 주문이 있습니다. 갈등이 생기려 할 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세 번 되뇌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에 가까운 기법입니다. 인지적 탈융합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해서 바라보는 인지행동치료(CBT)의 핵심 기술입니다.
저는 원래 갈등 상황을 피하려는 쪽이었습니다. 서로 격앙되는 모습이 싫었고, 이 일로 관계가 끊길 수 있겠다는 불안이 컸거든요. 그래서 시간을 끌거나 자리를 피하는 방식을 택하곤 했는데, 사실 그게 해결이 아니라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피하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게 해주는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수행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 관찰하는 연습
- 평온한 시기에 생각을 내려놓는 습관을 쌓아두는 것
- 갈등 상황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마음속으로 되뇌는 것
- 화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찾아와도 그것이 내면 전체를 점령하도록 두지 않는 것
일상에서 마음챙김을 실전으로 쓰는 법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분들은 많을 겁니다. 마음챙김이란 현재 이 순간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훈련 방식입니다. 요즘은 명상 앱이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형태로 널리 보급되어 있습니다. MBSR이란 만성 통증이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존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8주 과정의 명상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비약물적 개입 중 하나로 마음챙김 기반 프로그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이 책이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임상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더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 책은 17년 수행의 결과물을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꺼냅니다. 명상을 하다 앞으로 고꾸라졌다는 이야기, 졸지 않기까지 7년이 걸렸다는 고백이 오히려 더 와닿았습니다. 완벽한 스승의 가르침이 아니라 수십 번 넘어진 사람의 경험담이었으니까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는 순간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억울한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것, 그게 감정을 억압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입니다. 부정적 자극이 나를 바꿀 수 없고, 긍정적 에너지만이 나를 바꾼다는 인식이 생기니 감정 소모도 줄었습니다.
이 책이 "17년 수행을 해야 한다"거나 "출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책이 오히려 일상 속 작은 실천에 집중한다고 느꼈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연습해둔 것이 폭풍우가 닥쳤을 때 구명줄이 된다는 이야기가 그 핵심이고요.
책이 이렇게까지 오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자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지혜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말 이상의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글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한 내용이라서 그렇습니다.
갈등을 피하는 데 지쳐있거나, 화를 참다가 엉뚱한 곳에서 터뜨린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거창한 수행보다 먼저, 오늘 갈등의 기미가 보이는 순간에 딱 한 번만 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