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도 한때는 운이 좋은 사람들을 그냥 부러워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왜 결과가 다를까, 하고요. 그러다 『세상 끝의 카페』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운이라고 부르던 것들의 실체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 제가 놓쳤던 것
제가 직접 책을 읽으면서 가장 찔렸던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운이 좋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에 주인공 존이 내놓는 답이었습니다. 자기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 즉 존재의 목적(Purpose of Existence)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행운이 따라온다는 것이었죠.
여기서 존재의 목적이란, 단순히 직업이나 목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살면서 무엇을 경험하고 실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입니다. 책에서는 이것을 'PFE(Purpose for Existence)'라고 표현하는데, 쉽게 말해 나라는 사람이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방향성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도 돌아보면 불평을 많이 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그 순간들을 조금 더 냉정하게 들여다봤을 때, 눈이 반짝이며 했던 순간이 진짜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떠올려보면 "이 일이 너무 좋아서 했다"는 기억보다 "해야 하니까 했다"는 기억이 더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운이 나쁘다고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구분합니다. 내재적 동기란 외부의 보상이나 평가와 무관하게, 그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동력을 말합니다. 반면 외재적 동기는 연봉, 인정, 체면처럼 외부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내재적 동기가 높은 사람일수록 몰입도와 성과가 장기적으로 더 높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 내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운이 좋아지기 위해 제가 정리한 핵심 조건은 이렇습니다.
- 자기가 진심으로 즐기는 일을 하고 있는가
- 그 일에서 눈이 반짝이는 순간이 있는가
- 남이 알아줄 만한 수준의 노력을 실제로 쏟고 있는가
- 결과와 무관하게 그 과정 자체를 의미 있게 여기는가
이 네 가지가 맞아떨어질 때, 사람들이 '운이 좋다'고 부르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붙어오는 것 같습니다.
존재목적을 알아도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책의 구조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존은 카페 메뉴판에서 세 가지 질문과 마주합니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렵습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 세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유희가 아니라, 실제로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프레임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무겁게 느꼈던 건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요. 존재의 목적을 찾고도 담장 구멍 너머의 삶을 본 뒤 그냥 돌아서는 사람이 많다는 작가의 말이 꽤 날카롭게 박혔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해야지'라는 생각을 달고 살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상태가 편했던 것 같거든요.
여기서 책이 제안하는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행동 편향(Action Bias)의 반대 개념인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입니다. 분석 마비란 너무 많은 고민과 준비로 인해 정작 실행을 못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실패할까봐, 준비가 부족할까봐, 남들이 어떻게 볼까봐 머뭇거리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것이죠. 의사결정 연구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는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 현상도 이와 연결됩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했던 일보다, 다소 무모하게 저질러놓고 수습하면서 배웠던 일들이 실제로 더 깊게 남았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그 두려움의 대상을 직접 부딪혀보는 것 말고는 없더라고요. 책에서도 행동을 시작하는 순간 그 일을 못 할 것 같았던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이건 저도 실제로 느낀 부분입니다.
책의 저자 존 스트레레키 본인도 비행기 안에서 존재의 목적을 깨달은 뒤, 집에 돌아오자마자 단번에 이 책을 써버렸다고 합니다. 한 명이라도 공감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간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43개국 600만 명이 읽는 책이 되었죠. 이것도 어찌 보면 분석 없이 행동했을 때 따라온 결과입니다.
삶을 구성하는 것은 결국 지금 이 순간까지의 선택들뿐입니다. 운이 좋거나 나빴던 시절도,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내린 선택들의 축적입니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의 시간도 충분히 제가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남 탓을 줄이고 행동에 집중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머뭇거리다 돌아서는 일은 줄이려 합니다. 이 책이 손에 잡혔다면,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1865401